조현병의 원인은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조현병의 진단기준이 아직은 동질적 집단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진단기준을 사용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매우 비일관적이고 복잡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현병은 생물학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이 시사되고 있습니다.
조현병의 생물학적 요인
생물학적 입장에서는 조현병을 뇌의 장애로 규정하고 유전적 요인, 뇌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 결함,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등의 관련성을 밝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현병은 유전적 요인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계분석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부모나 형제자매는 일반인의 10배, 조현병 환자의 자녀는 일반인의 15배까지 조현병에 걸리는 비율이 높습니다. 심지어 3촌 이내의 친족에게서는 일반인의 2.5~4배 가까운 발병률을 나타냈다. 부모 모두가 조현병 환자일 경우에는 자녀의 36% 정도가 조현병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쌍둥이 연구에서도 일란성 쌍둥이의 공명률은 57% 정도, 이란성 쌍둥이는 남녀의 성이 같은 경우에는 12%, 성이 다른 경우에는 6% 정도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양자의 연구에서도 조현병의 발병은 양부모보다는 친부모와 공명률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들은 조현병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강력한 영향력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전자가 완전히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도 공명률이 57% 정도라는 것은 유전적 요인 이외에 여러 가지 다른 요인이 조현병의 발병에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현병이 특정한 단일 유전자의 이상과 관련된다는 가설과 여러 유전자의 복합적 관계와 더불어 환경적 요인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복잡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데, 대체로 두 번째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가 많은 편이다.
조현병의 유전적 측면에 대해 주된 연구 방향은 유전자를 확인하는 것과 아울러 조현병 환자가 조현병 계열(예: 정신 분열정동장애, 미분류형 정신병, 분열 형 성격장애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들과 구별되는 유전적 요인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설혹 유전자의 이상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유전자의 이상이 어떤 경로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심리적 적응기능에 영향을 미쳐 조현병을 유발하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유전자 연구는 조현병의 원인을 확인하는 것 외에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조현병에 취약한 사람을 미리 발견하여 발병 전에 개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현병은 뇌의 구조적 이상과 관련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뇌실의 크기가 크고 뇌 피질의 양이 적으며 전두엽, 변연계, 기저 신경절, 시상, 뇌간, 소뇌에서 이상을 나타낸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들이 일관성 있게 재확인되고 있지 않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외측 뇌실의 확장이 보고되었으나 주로 음성증상을 나타내는 조현병 환자의 경우에만 이러한 이상이 있었으며 조현병 환자의 20∼50%는 뇌실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뇌실의 확장이 조현병 환자뿐만 아니라 양극성 장애, 신경성 식욕부진증,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도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뇌의 기능적 이상이 조현병과 관련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뇌 영상술을 사용한 연구에서 조현병 환자는 전두엽 피질의 신진대사가 저하되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신진대사 저하는 특히 심리적 과제를 수행할 때 더 현저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조현병 환자의 뇌가 주변 환경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조현병 환자는 뇌 반구의 비대칭성을 보이며 좌반구에서 과도한 활동이 나타나는 것으로 주장되었습니다.
조현병 환자의 일부는 부적절한 자궁 내 환경, 출생 시의 이상, 또는 다른 원인에 의해 중추신경계가 손상된 상태에서 삶을 시작하며 이런 손상이 뇌의 구조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되고 있습니다. 조현병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밝히려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중에서 조현병과 관련된 것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도파민입니다. 뇌에서 도파민 생성을 자극하는 암페타민, 엘-도파, 코카인을 다량 복용하면 조현병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는 임상적 보고와 더불어 조현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항정신병 약물들이 도파민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또한 조현병 환자의 뇌를 부검한 결과, 뇌에 도파민 수용기가 증가하여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조현병은 뇌의 도파민 활동이 과다할 때 야기된다는 도파민 가설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주로 양성 중상을 나타내는 조현병 환자에게만 도파민 수용기의 증가가 발견되었다. 또한 뇌 신경세포의 연접에서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적 전달은 수 분 내에 신속하게 이루어지는데, 도파민에 영향을 주는 항정신병 약물의 효과는 약 6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사실을 볼 때, 도파민이 조현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보다는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도파민 외에 세로토닌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의 수준이 높으면 조현병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세로토닌-도파민 가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로토닌과 도파민 모두에 영향을 주어 두 화학물질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기능을 지닌 약물인 클로자핀이 조현병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점은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생물학적 환경이 조현병의 유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출생 전후의 생물학적 환경이 중요하며 태내 조건(예: 어머니의 임신 중의 외상, 영양실조, 감염, 중독 등), 출생 시의 문제(예: 출산 시의 외상, 산소결핍, 감염, 출혈 등), 출생 직후의 문제(예: 출생 직후의 영양부족, 질병, 사고 등)가 조현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요인은 조현병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보다는 유전적 취약성을 발현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조현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의 간접적인 증거로 조현병 환자들은 늦겨울에서 봄 사이에 태어난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머니의 자궁에 있을 때가 여름이어서 바이러스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 중에는 같은 장애를 지닌 가족이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 중에 같은 장애를 지닌 환자가 있는 경우는 유전적인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두 부류의 환자들이 나타내는 임상적 특징을 비교한 결과, 같은 장애를 지닌 가족이 있는 조현병 환자는 지속적인 주의집중을 못 하며 주변 자극에 쉽게 교란되는 등의 주의 장애를 보였습니다. 반면에 같은 장애를 지닌 가족이 없는 조현병 환자는 뇌가 위축되거나 출생 전후에 문제가 있었으며 겨울 출생자가 많았는데, 이러한 결과는 바이러스나 출생 전후의 문제와 같은 생물학적 환경요인이 조현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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