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장애는 한 가지 이상의 망상을 최소한 1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내지만 정신분열증의 진단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1.망상 장애의 종류 및 원인
망상장애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망상과 관련된 생활영역 외에는 기능적인 손상이 없으며 뚜렷하게 이상하거나 기괴한 행동을 나타내지 않는다. 망상장애는 망상의 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 하위 유형으로 구분된다. 애정형은 어떤 사람, 특히 신분이 높은 사람이 자신과 사랑에 빠졌다고 믿는 망상을 특징적으로 나타낸다. 유명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와 같은 유명인이나 직장상사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으며 서로 영적인 결합을 이루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에게 흔하며 유명인과 약혼, 비밀결혼, 임신을 했다고 주장하여 법적인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과대형은 자신이 위대한 재능이나 통찰력을 지녔거나 중요한 발견을 했다는 과대망상을 지니는 경우이다. 신으로부터 특별한 계시를 받았다는 종교적 내용의 망상도 있고 유명인사와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질투형은 배우자나 연인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망상을 나타내는 경우이다. 적절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증거로부터 부적절한 추론을 통해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부정한 관계를 맺었다는 확신을 지니고 배우자를 의심하고 공격한다. 의처증과 의부증이 대표적인 질투형 망상이다.
피해형은 자신 또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망상을 나타내며, 자신이 모함을 당해 감시나 미행을 당하고 있다거나 음식에 독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망상을 지닌 사람은 자신을 해칠 것으로 믿는 대상에 대해서 적의를 품고 공격적 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 또는 자신이 당하고 있는 부당한 피해에 대해서 법정이나 정부기관에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신체형은 자신에게 어떤 신체적 결함이 있거나 자신이 질병에 걸렸다는 망상을 지니는 경우이다.
자신의 피부, 입, 성기, 항문 등에서 악취가 난다거나 자신의 신체부위가 기형적이라거나 자신의 몸에 해로운 기생충이 존재한다고 확고하게 믿고 있는 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신체형 망상은 그 확고한 믿음에 있어서 건강염려증이나 신체변형장애와는 구별된다. 이밖에도 앞에서 열거한 망상이 2개 이상 혼합되어 있는 혼합형이나 망상의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특정한 유형에 속하지 않는 불특정형이 있다. 망상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0.3%로 추정되며 입원환자의 1~2%에 해당한다. 발병은 주로 성인기 중기나 후기에 시작되는 경향이 있으며 피해형이 가장 많다. 망상장애의 경과는 매우 다양하며 피해형은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망상을 혼란스러운 감정의 결과라고 본다. 프로이트는 망상을 억압된 동성애적 충동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다. 무의식적으로 동성애적 충동을 지닌 남자는 "나는 그를 사랑한다"는 명제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억압하는 대신 역전의 방어기제를 통해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로 전환하고, 나아가서 "나는 그를 미워한다"로 발전하며, 이 명제는 투사를 통해 “그는 나를 미워한다"는 피해의식적 망상으로 발전한다는 주장이다.
색정망상에서는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는 이성애의 형태로 나타나고, 질투망상에서는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의 형태로 동성애가 부정되며, 과대망상에서는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남들은 나를 사랑한다” 의 형태로 동성애를 부정한다. 그러나 스완슨 등과 같은 정신분석가는 동성애가 아니라 증오가 망상의 기저에 존재하는 주요한 감정이라고 주장했으며, 알러와 톨레는 자존감의 상실을 망상 발달의 주된 원인으로 가정하였다. 인지 입장에서는 망상을 논리적 추론의 결함, 비정상적인 경험의 의미추론, 정보처리의 편한 등의 관점에서 설명하려고 한다. 망상은 인지적 결함에 기인하며 경험적 자료에 대한 논리적 추론의 오류에 의해 발생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도마루스는 정신분열증 환자가 망상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동일성의 원리라고 불리는 논리적 오류를 범한다고 주장했다. 즉, 상이한 두 주어가 동일한 술어를 공유할 때 두 주어를 동일시하는 삼단논법적 논리적 오류를 말하는데, 예컨대 "브래드는 바보이다. 나는 바보이다. 그러므로 나는 브래드이다"라는 식의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는 추론방식을 의미한다. 도마루스의 견해는 한때 관심을 모았지만 경험적으로 지지되지 못하였다.
헴슬리와 가티는 망상장애환자들은 정상인이 수용하기에는 너무나 확률이 낮은 결론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경험적인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 즉, 경험적 연구에서 망상을 지닌 사람들은 정상인들과 비교하여 논리적 추론에 있어서 어떤 결함이나 특징적 오류를 나타내지 않았다. 마허는 인지적 추론과정의 오류에 의해 망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경험이 망상형성에 중요하다고 제안하였다. 망상을 지닌 환자들은 환각이나 착각에 의한 비정상적인 지각경험을 하게 되고 이러한 당혹스러운 경험에 대한 강한 의문을 지니게 되며 이를 나름대로 설명하고자 한다. 환자들이 경험하는 비정상적 경험이 가시적인 요인으로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레이더, 초능력, 우주광선 등과 같은 내용이 자주 등장하게 된다. 또한 누가 나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지니게 되는데, 환자에게 이런 비정상적인 경험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므로 CIA, 정보기관, 종교단체, 하나님, 악마와 같은 존재를 그러한 대상으로 상정하게 된다. 또한 왜 하필 자신이 이러한 비정상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 자신이 대단한 존재이거나 또는 대단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게 됨으로써 과대망상이나 피해망상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마허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증거와 반증하는 증거가 혼재하고 케니와 벤톨은 망상의 형성과정이 사회적 귀인과정에 의해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피해망상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행동을 특이한 방식으로 귀인한다는 것이다.
벤톨에 따르면, 망상을 지닌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고 특히 현실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 간의 커다란 괴리를 경험하는데, 이러한 괴리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부정적인 생활사건에 대해서 극단적인 외부귀인을 하게 된다. 즉, 부정적 생활사건이 다른 사람의 악의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피해망상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정보처리과정에서의 인지적 편향도 망상의 형성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망상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의 망상을 입증하는 정보는 선택적인 주의를 통해 주목하고 망상과 반대되는 증거는 전략적인 부주의를 통해 무시함으로써 자신의 망상을 지속하고 강화한다.
생물학적 입장에서는 망상이 뇌의 구조적 손상이나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커팅은 좌반구의 측두엽 손상이 환각과 망상과 관련되어 있으며 우반구의 두정엽 손상이 비정상적 신념을 유발한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이 두 영역이 망상의 발달과 유지에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커밍스는 변연계와 기저핵이 기분과 동기를 매개하는 통합적 체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망상의 발달에 중요하다고 제안하였다. 파킨슨 질환을 지닌 환자에게 도파민 활성약물을 과도하게 투여하면 망상과 환각 증상을 나타낸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도파민이 망상과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2.망상장애의 치료
망상장애는 다른 정신장애에 비해서 치료가 어렵다. 정신분열증의 증상은 항정신병 약물에 의해 신속하게 완화되는 경향이 있는 데 비해, 망상은 환자의 현실적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속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피해형 망상장애 환자는 치료진을 믿지 못하고 약물사용에 의심을 품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쉽지 않다. 따라서 망상장애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신뢰로운 치료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러한 관계가 형성된 후에 약물치료나 심리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의 망상에 직접 도전하는 것은 금물이며 이는 환자에게 분노, 적대감, 의심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치료 초기에는 환자의 망상에 동의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자는 망상을 치료해야 한다고 설득하기보다 환자가 지니는 불안과 과민성을 극복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치료동기를 자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망상장애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가는 환자가 흔히 사용하는 투사 방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치료적 관계를 손상시키는 행동을 자제하면서 환자의 투사를 받아내야 한다. 망상 자체보다는 수반되는 불안이나 우울을 주된 치료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찰지향적 치료나 집단치료보다는 지지적 치료나 문제지향적 치료가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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